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있더니 홀연 냉소를 터뜨리며 더한층 언성을 높였다.”흐흐흥! 네놈은 살아서 도망칠

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?”음화는 자기 계교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아차리

자 절대로 요행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각오했다. 결사적으로 싸워 보고 죽는 편이

도리어 통쾌하리라고 생각했다.”에잇! 이놈! 해볼 테면 해보자!”분노에 가득 찬 음성

으로 호통을 치면서, 봉취점혈궤라는 괭이를 한 손에 잔뜩 움켜잡고, 몸을 날쌔게 날

려서 화려한 청년의 영대혈(靈臺穴) 급소를 노리고 덤벼들었다.오음이란 놈들 가운데

서 무술 실력이나 재간도 음화가 으뜸이었다. 놈이 한 번 몸을 질풍처럼, 번갯불처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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날려서 모질고 매운 독수(毒手)를 쓰기 시작하면, 웬만한 사람치고 놈의 손아귀에서

빠져 나오는 사람이 드물었다.그러나 화려한 청년은 여전히 서릿발같이 싸늘한 미소

를 입가에 띠고 있을 뿐,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다.음화는 눈치 빠르기로도 유

명한 놈이었다. 상대방이 끄떡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태도와 수법을 돌변하여, 훌쩍

몸을 날려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.화려한 청년은 코웃음을 치면서 여전히 소리를

질렀다.”흥! 어째서 덤벼들다가 말고 뒤로 물러서는 거냐?”음화도 별안간 큰 소리를

벌컥 질렀다.”나는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. 너도 아직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

이다.””왜 말을 하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끄는 거냐? 그래 가지고 불로신선 노인이 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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를 구해 주러 달려들 때를 기다리잔 말이지?””흥! 너는 너의 유모의 일도 알고 싶지

않다는 건 아니겠지?””유모의 일?”청년은 가슴이 바늘끝으로 찔리는 듯 따끔했다.

그가 이번에 돌아온 것은 과거에 받은 원한에 대하여 보복을 해보겠다는 목적 외에도

, 절박하게 알고 싶은 세 가지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.첫째로,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해

서 세상에 태어나게 됐느냐는 수수께끼.둘째로는, 유모의 생사.셋째로는, 자기 자신

의 목숨을 사지에서 건져 준 사람이 과연 누구냐는 점이었다.물론, 봉명루 누각 위에

언제나 한 덩어리 보랏빛 구름이 떠 있듯이 나타나던, 그 아리따운 아가씨의 모습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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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. 그러나 지금의 청년에게는 일종의 자비심(自卑心)이

생겨서, 그런 엉뚱한 망상을 할 만한 겨를이 없었다.그는 써늘하게 또 한 번 웃으

면서 말했다.”그러면 너는, 너의 목숨과 나의 유모와 교환하자는 조건을 내세우는

거냐?”음화가 돌연 껄껄대고 웃었다.”하하하 그따위 조건부는 아니다. 천만에 ! 하

찮은 유모의 목숨과 내 목숨을 바꾸다니!””유모가 아직 죽지 않았다구?””물론, 아직

도 살아 있다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