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함부로 엉클어져서 무성해 있을 뿐 누대의 옛터에서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. 실망을
금치 못하고 다시 돌문 앞으로 되돌아왔다.홀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.아까, 그 빗자루로 땅
을 쓸던 노인 옆에 늙은 거지가 하나 앉아 있었다. 그 늙은 거지는 마침 옷자락을 뒤적거리
며 벼룩을 잡고 있었다.그 꼴이 더럽기 이를 데 없고, 또 퀴퀴한 냄새까지 풍겼다. 두 다리 정
강이에는 종기 투성이며 피고름이 쉴 새 없이 발등으로 흘러 내렸다. 그리고 고개를 푹 수그
린 채 이 광장 안에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.자운 아가씨는 누구보다도
깨끗한 것을 좋아했다. 노인 옆에 앉아있는 이 더럽고 냄새 나는 거지의 꼴을 보자 그 앞으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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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까이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.노인에게 억지로라도 몇 마디 말을 더 물어 볼까 하는 생각도
있었지만, 추악한 거지의 꼴을 보자 정나미가 떨어져서 곰곰 생각하다가 그대로 말고삐를 풀어
가지고 훌쩍 뛰어 올라 앉았다.이때였다.”탁! “그 더러운 거지가 가래침을 뱉는 소리가 들렸다. 그
리고 다음에는 하늘을 쳐다보며 하는 말소리도 들려 왔다.”비가 쏟아지겠는걸 !”아가씨는 왜 그런
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.새빨간 말 위에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으며 내심 생각했다.’괴상한
거지다. 이렇게 날이 정정한데, 저 거지는 어째서 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할까?’노인이 거지에게
귀를 기울이며 물었다.”뭐? 지금 뭐라고 그랬나?”그 꼴사나운 거지는 벌컥 소리를 질렀다.”비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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쏟아질 거라고 그랬지 !””비가?”노인은 몽롱한 시선을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.”내 코딱지만한 방
이지만 비는 피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란 말일세 !”자운 아가씨는 그들이 주고받는 말
을 듣자, 덜컥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었다. 아가씨는 자기 누각에 던져졌던 그 종이쪽지를 생각했다.
거기 적혀 있던 첫구절’비내리던 그날을 잊기 어렵고’아가씨는 새삼스럽게 그 늙은 거지를 유심히
살펴봤다. 그러나 늙은 거지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벼룩을 잡고 있으며, 엉클어진 머리털이축 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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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져서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없었다.즉각에 아가씨는 더러운 것도, 냄새 나는 것도 헤아리지 않
고 두 늙은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.그 늙은 거지의 말소리가 또 들렸다.”안 돼! 자네, 그 코딱지만
한 방에서 어떻게 비를 피할 수 있겠나?”이번에도 노인은 잘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. 또다시 물었다.